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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데이터인가? 커넥티드카와 개인정보 전쟁

by ajndy37 2025. 5. 6.

커넥티드카와 개인정보 전쟁 관련 사진
커넥티드카와 개인정보 전쟁 관련 사진

 

커넥티드카는 인터넷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각종 기능을 수행하는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 운전자에게 놀라운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차량이 다양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외부 서버로 전송한다는 점에서, '이 정보는 과연 누구의 소유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위치 정보나 주행 습관을 넘어, 운전자의 대화 내용, 연락처, 음악 취향, 심지어 생체정보까지 저장되고 있는 현실은 이제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닌 프라이버시와 권리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번 커넥티드카 소개글과 간단한 개인정보 논란 글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커넥티드카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 정보에 대한 소유권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보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데이터 주권의 개념을 쉽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커넥티드카 데이터, 그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커넥티드카는 차량 내부의 센서, GPS, 블루투스, 마이크, 카메라 등을 통해 운전 중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의 경로, 속도, 제동 습관, 음악 청취 이력, 목적지 검색 기록, 음성 명령 내용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일부는 제조사 또는 제휴된 플랫폼 서버로 전송됩니다. 이처럼 차량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습관과 위치, 행동 패턴이 데이터로 남게 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축적된 정보가 누구의 소유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경우 차량을 구매하거나 이용할 때 이용 약관이나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에 '데이터 활용'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이를 자세히 읽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동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조사나 서비스 제공자는 이 동의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기술 개선, 심지어 제3자 제공까지 하고 있지만, 정작 데이터의 주인인 운전자는 그 사용처나 목적에 대해 통제권을 갖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차량을 타고 있는 동승자, 택시 이용자, 공유 차량 사용자 등은 동의 절차조차 없이 정보 수집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어,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데이터는 운전자의 것인가, 차량의 것인가, 아니면 제조사의 것인가 하는 질문은 단순한 소유 개념을 넘어서, "정보 주권" 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데이터를 누가 통제하고, 누구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 정립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커넥티드카가 생성하는 데이터의 양과 민감도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보호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일반적인 법률을 통해 자동차 데이터도 일정 부분 다루고 있지만, 커넥티드카 특유의 구조와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차량 내에서 수집되는 정보는 단순히 한 사람의 개인정보에 그치지 않고, 동승자, 보행자, 주변 차량과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포함할 수 있어 법적 해석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유럽연합은 GDPR을 통해 비교적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나, 자동차 데이터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사례는 여전히 많지 않으며, 제조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소비자가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자동차관리법이나 정보통신망법에서 일부 관련 규정을 다루고 있지만, 커넥티드카에 특화된 법률이나 규제는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특히 데이터의 소유권, 보관 기간, 활용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소비자는 그 사이에서 자신의 정보를 보호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음성 인식, 안면 인식, AI 기반 주행 분석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수록 데이터의 범위와 민감도는 더욱 확대되는데, 이에 대한 규제가 사후적으로 따라가는 상황이다 보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 부족합니다. 결국 커넥티드카 시대에는 단순히 ‘동의서’에 서명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이고 선제적인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소비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보다 앞서야 할 소비자 권리의식

커넥티드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권리의식 또한 함께 성장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까지는 편리함과 최신 기능에 초점을 맞춘 소비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내가 생성한 데이터가 어디로 가고, 어떻게 사용되며, 누가 접근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관리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용자가 동의를 누르기만 하고 그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실은, 기술 기업들에게 사실상 무제한의 데이터 수집 권한을 넘겨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 구매 시 제공되는 서비스 약관을 꼼꼼히 읽고, 필요 시 데이터 수집 범위 조정이나 비활성화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또한 차량 내 설정 메뉴에서 데이터 수집 및 전송을 제한하거나, 주기적으로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일부 제조사에서는 데이터 접근 내역 확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에 무관심하다면 그 혜택은 기업의 수익으로만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소비자는 기업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습니다. 커넥티드카와 관련된 입법 과정이나 공청회, 서비스 이용 환경 등에 관심을 갖고 피드백을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편리함을 주지만, 권리를 지키는 것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안전하고 공정한 데이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단순한 사용자에서 ‘데이터 주체’로서의 자각을 가져야 하며, 이것이 커넥티드카 시대를 건강하게 이끄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기술의 진보 속에서 지켜야 할 데이터 권리

커넥티드카는 분명 미래형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넘기고 있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존재하며, 이 정보들이 언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권리 인식과 사회적, 법적 안전장치의 마련입니다. 이제는 차량도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단순히 타고 다니는 수단이 아닌, 우리의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공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 기업, 정부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커넥티드카의 발전은 진정한 혁신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 하나, '데이터에 대한 주권' 입니다.